(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박형규 기자 = 금융당국의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됐지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록적이었던 연초 코스피 외국인 자금 유입은 주춤하고 달러-원은 1,330원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주주환원 등 기업의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상장사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의 충실도, 목표 설정의 적절성,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평가해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안은 추후 발표된다.
금융시장은 강한 인센티브나 강제 조항이 없어 정책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1천억 원가량 팔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것 같다. (증시 움직임을 보면) 재료 소멸에 더해 실망감도 작용하는 듯하다”라며 “최근 외인 코스피 자금 유입이 기록적인 수준이었지만 단기적으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증시 수급이 개선됐으나 정책 시행 시기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증시가) 절대적인 내림세는 아니겠지만 당분간 조정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감에도 달러-원에 미치는 상방 요인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코스피와 달리 원화는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가 크지 않았다”라며 “정책이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달러-원 상방 압력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340원을 기다리는 네고 물량도 꽤 있다”라며 “1,330원대 박스권이 유지될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주목해야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달 외인 증시 순매수에도 달러-원은 내리지 못했는데 미국 국채 금리 반등과 달러 강세 등 거시경제 여건 때문”이라며 “원화 흐름에는 이번 주에 발표될 미국 1월 PCE 물가가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달러-원이 내리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기 회복이 확인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외인 증시 매수세에는 정책 기대감에 더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 반등이 있었다고 본다”라며 “미국, 유로존, 중국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 회복 흐름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외인 자금 유입에도 달러-원이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것은 대외 긴축 경계감 때문”이라며 “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은 원화 가치 회복 지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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