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한상민 기자 =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곧 발표된다. 이미 국내 증시는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살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연초 증시를 이끌어 온 저평가주 모멘텀이 새로운 불씨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상장사를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뾰족한 대책이 이번 발표에서 빠진 탓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이 발표된다.
첫 세미나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추가적인 정책안을 발표할 여지가 있으나, 이번에 공개하기로 가닥이 잡힌 내용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는 부족하다.
우선 상장사가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펼치도록 하는 강제성이 없다. 밸류업 방안을 담은 내용의 발표 여부를 기업의 자율성에 맡겼다. 자체적인 IR 자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공표하도록 권고하는 데 그친 셈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지배구조보고서 등에 기재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자산이 5천억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1년에 한 번 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해야 하기에, 약간의 의무성이 더해진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내용을 기재하도록 기업에 요구하는 내용을 두고 고민을 이어왔다고 전해진다. 의무적으로 발표 내용을 준수해야 하는 공시체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배구조보고서를 내지 않는 코스닥 기업에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다.
결국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의 제도보다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의 경우 국내의 코스피에 대응하는 프라임·스탠다드 시장에 연간 1회는 관련 공시를 밝히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현재 일부 기업은 이미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등을 공개하고 있다. 공시 성격의 의무가 부여되지 않고, 발표 여부 또한 기업의 판단에 따르는 만큼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한 풀 꺾은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는 만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시 수준의 강제성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을 기업이 느껴야 결과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주 후반부 저PBR주가 오른 이유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다”라며 “실적발표 과정에서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되는 등 개별 기업 이슈에 반응해 주가가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종 전반을 끌어올린 모멘텀은 이미 소화됐기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정책이 아닌 이상 장기적인 상승 동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책 발표 이벤트를 앞두고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이와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이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언제까지 저PBR 기업들이 상승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현재 저PBR로 분류되는 보험, 자동차, 증권, 유틸리티 업종 등은 지난 29일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발표한 이후 벌써 17~26%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는 26일 공개되는 세부안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 모멘텀 약화를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고 전망했다.
gepark
sm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