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땅값 높게 책정된 사례…PF 구조조정 차질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공매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부동산 신탁사 임원들을 소집했다. 부실 PF 사업장의 땅값이 매입가보다 높게 책정된 사례들을 검토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는지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다.
19일 신탁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일 오후 부동산 신탁사 임원을 소집해 공매 시장에서 토지 매입가보다 높게 판매되는 PF 사업장의 사례를 검토했다. (연합인포맥스가 14일 단독 송고한 ''선순위보다 높은 최저입찰가…' PF 사업장 줄줄이 유찰' 기사 참고)
이 자리에는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과 자문·신탁감독팀장을 비롯해 국내 부동산 신탁사 14개사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금감원이 신탁사 임원을 불러 모은 것은 경·공매 시장에서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가 원활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매 시장에선 부실 PF 사업장의 토지 가격이 매입가보다 높게 책정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로 공매에 돌입한 종로구 효제동과 용산구 이태원동 PF 사업장 등은 토지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공매 절차를 개시했다.
이는 금감원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 계획에 어긋나는 사례들이다. 금감원은 연초부터 부실 PF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손실을 선제적으로 인식하라는 '자기책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PF를 취급한 금융기관이 손실을 인식하고 토지를 싸게 내놔야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적어도 낙찰가율 60%에 토지가 매각돼야 PF 사업장의 분양이 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공매를 담당하는 부동산 신탁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동산 신탁사는 신탁법상 공매 절차를 대리할 뿐이고, PF 사업장의 매각 가격은 전적으로 대주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효제동과 이태원동 사업장은 담보 신탁 건으로 신탁사는 자산 관리자의 역할이다”며 “대주가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 공매 절차를 개시할 수밖에 없다. 대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탁사 임의로 자산을 싸게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탁사와 PF 대주가 체결한 계약 조건도 부실 사업장 정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시기에 체결한 계약서의 대부분에는 사업장 공매의 구체적인 절차와 범위 등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선순위 대주가 공매권을 통해 사업장을 매각하려고 해도 신탁사가 중후순위 대주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엔 PF 시장이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기 때문에 공매의 절차와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nkhwang